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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은 왜 자꾸 더 먹게 될까? 식사 속도와 음식 질감의 과학

읽는 시간 약 33분

편의점에서 간단히 점심을 고르거나 마트에서 시리얼과 빵을 집을 때 ‘초가공식품’이라는 말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금세 피곤해집니다.

포장된 음식은 어디까지 피해야 하는지, 첨가물이 들어가면 전부 같은 범주인지, 영양성분표가 괜찮아 보여도 가공됐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음식이 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가공식품 이야기는 흔히 아주 단순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가공을 덜 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방향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실제로 음식을 먹여본 연구를 하나씩 읽다 보면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을 때 사람은 왜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일까요?

설탕과 지방이 많아서일까요?

첨가물이나 제조공정 때문일까요?

아니면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른 차이가 있을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이 질문을 꽤 흥미롭게 바꿔놓은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음식의 질감과 먹는 속도입니다.

부드럽고 쉽게 씹히는 음식은 한 입을 처리하는 시간이 짧습니다. 같은 10분 동안 먹더라도 더 많은 양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음식 1g당 열량까지 높다면 짧은 시간에 섭취하는 에너지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천천히 먹으면 다 해결된다”는 이야기로 끝내기에도 자료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최근 시험 중에는 질감을 바꿔 실제 식사 속도를 늦췄는데도 하루 총열량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던 연구가 있습니다. 반대로 초가공식품끼리 비교했는데도 질감을 이용해 먹는 속도를 늦추자 하루 섭취 열량이 크게 줄어든 시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8월에는 아침과 점심의 열량을 먼저 맞춰 놓고 초가공식품 비중을 달리한 뒤, 저녁에 얼마나 더 먹는지 살펴본 새로운 무작위시험도 나왔습니다.

결과는 또 조금 달랐습니다.

이쯤 되면 “초가공식품은 나쁘다”보다 더 재미있는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가 많이 먹게 되는 이유는 ‘초가공’이라는 이름표 자체일까요, 아니면 그 음식이 실제로 어떻게 먹히는가와도 관계가 있을까요?

하루 500kcal 차이를 만든 유명한 입원시험

초가공식품 연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람 대상 시험은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진행됐습니다.

체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성인 20명이 NIH 임상센터에 입원해 생활했습니다.

한 기간에는 초가공식품 중심 식단을, 다른 기간에는 가공이 적은 식단을 먹었고 각각 2주씩 진행했습니다. 순서는 무작위로 정했습니다.

이 연구가 관심을 끈 이유는 단순히 식단을 설문으로 물어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이 실제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제공되는 식단은 총열량과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당류, 나트륨, 식이섬유 등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맞추도록 설계했습니다. 참가자에게는 정해진 양을 다 먹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배가 부르면 남겨도 됐고, 더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컸습니다.

초가공식품 식단을 먹던 기간에 참가자들은 가공이 적은 식단보다 하루 평균 508kcal를 더 섭취했습니다.

2주 동안 평균 체중은 약 0.9kg 증가했습니다. 반대 식단에서는 평균 약 0.9kg 감소했습니다.

초가공식품과 에너지 섭취를 비교한 NIH 무작위시험

이 숫자만 보면 초가공 여부가 과식의 원인이라고 바로 결론 내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결과표를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면 다른 차이도 보입니다.

초가공식품 식단은 먹는 속도도 더 빨랐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이후 연구의 질문을 바꿔놓았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먹은 이유가 식품의 가공 분류 자체였는지, 아니면 초가공식품 식단에 포함된 음식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먹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한 번에 분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초가공식품’은 하나의 질감이 아닙니다

초가공식품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는 과자, 탄산음료, 가공육, 즉석식품 같은 이미지가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연구에서 사용하는 NOVA 분류의 ‘초가공식품’은 특정 영양소나 특정 질감을 뜻하지 않습니다.

같은 범주 안에도 거의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음식이 있고, 꽤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열량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습니다.

액체도 있고 고체도 있으며, 식이섬유와 단백질 양도 제품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초가공식품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입안에서 처리되는 속도까지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

2022년에는 이 점을 좀 더 직접적으로 시험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건강한 성인 50명에게 최소가공 또는 초가공으로 구성된 식사를 제공하면서, 한쪽은 부드럽고 빠르게 먹히게 만들고 다른 한쪽은 더 단단하고 천천히 먹히도록 질감을 바꿨습니다.

그 결과 단단한 식사는 가공 수준과 관계없이 더 천천히 먹혔고 섭취량도 줄었습니다.

가장 적게 먹은 조건은 단단한 최소가공식품 식사였고, 가장 많이 먹은 조건은 부드러운 초가공식품 식사였습니다.

이 시험 하나로 “질감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음식의 가공 정도와 별개로 먹는 속도를 만드는 물리적 특성 자체가 실제 섭취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서는 분명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이전 글에서 다룬 음식의 구조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같은 영양성분인데 왜 몸의 반응은 다를까? 음식의 형태와 구조가 중요한 이유

영양성분표가 비슷하다고 해서 씹는 횟수, 삼키기까지 걸리는 시간, 한 입의 크기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차이는 한 끼가 아니라 하루 전체 식사로 이어질 때 꽤 커질 수 있습니다.

2026년에는 아예 초가공식품끼리 비교했습니다

이 질문을 가장 직접적으로 건드린 최근 시험 가운데 하나가 2026년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렸습니다.

성인 41명이 두 종류의 초가공식품 식단을 각각 14일 동안 먹었습니다. 두 기간 사이에는 2주의 휴지기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두 조건 모두 초가공식품 중심이었다는 것입니다.

한쪽은 질감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천천히 먹게 만든 식단, 다른 한쪽은 더 빠르게 먹히도록 만든 식단이었습니다.

연구진은 기호도, 제공량, 제공 열량, 음료를 제외한 에너지 밀도와 식사의 다양성 등을 맞췄습니다.

결과는 꽤 컸습니다.

천천히 먹히는 초가공식품 식단에서 하루 에너지 섭취량이 빠른 식단보다 평균 369kcal 낮았습니다.

95% 신뢰구간은 221~517kcal였습니다.

먹는 속도가 다른 초가공식품 식단을 비교한 2026 무작위시험

흥미로운 점은 차이가 첫날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2주 동안 유지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체중은 달랐을까요?

두 식단 사이에 체중 변화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느린 식단에서 체지방량이 평균 0.43kg 감소한 결과는 있었지만, 2주짜리 시험의 체성분 결과 하나를 근거로 “천천히 먹으면 2주 만에 체지방이 빠진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 시험에서 가장 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거의 같은 가공 범주 안에서도 음식의 질감과 그에 따른 식사 속도를 바꾸자 섭취 열량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초가공식품을 하나의 단일한 음식처럼 취급하면 놓치기 쉬운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먹는 속도일까요?

여기서 또 하나의 편한 결론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이 문제가 아니라 빨리 먹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이 문장도 아직 너무 빠릅니다.

2026년에 발표된 다른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네덜란드 성인 20명이 11일 동안 빠르게 먹히는 식단과 느리게 먹히는 식단을 각각 경험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의 질감으로 식사 속도를 조절했고, 점심은 두 조건에서 같은 정량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느린 식단의 평균 식사 속도는 약 32% 느렸습니다.

실제로 질감 때문에 속도 차이가 나타난 날에는 하루 음식 섭취량이 무게 기준으로 평균 121g 적었고, 11일 누적 섭취량도 약 6% 적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먹은 음식의 무게는 줄었지만 열량은 같은 방향으로 줄지 않았던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자유롭게 음식을 먹는 상황에서는 ‘얼마나 많이 먹었는가’만큼 무엇을 골라 먹었는가도 중요합니다.

같은 100g이라도 음식의 에너지 밀도가 다르면 총열량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식사 속도와 섭취 열량이 관련되어 있더라도 둘을 완전히 같은 변수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빨리 먹는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kcal/분일 수도 있습니다

식사 속도를 이야기할 때 보통은 몇 분 만에 밥을 먹었는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연구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간 개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에너지 섭취 속도, 즉 1분 동안 몇 kcal를 먹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수분이 많은 음식을 1분에 100g 먹는 것과,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같은 속도로 먹는 것은 몸에 들어오는 열량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질감과 에너지 밀도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2025년 건강한 성인 69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샌드위치 식사의 먹는 속도와 에너지 밀도를 함께 바꿨습니다.

낮은 에너지 밀도 조건은 약 1.9kcal/g, 높은 조건은 3.8kcal/g이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두 조건을 비교하면 느리게 먹히면서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식사에서는 평균 570kcal, 빠르게 먹히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사에서는 평균 1,143kcal를 먹었습니다.

차이는 573kcal였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천천히 먹은 효과가 573kcal”라고 해석하면 틀립니다.

여기서는 식사 속도와 에너지 밀도가 동시에 달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시험이 보여주는 것은 간단합니다.

부드럽고 빨리 먹히는 음식에 높은 에너지 밀도까지 겹치면,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열량을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에는 ‘건강한 식단’ 안에서 초가공 여부를 비교했습니다

2019년 NIH 연구가 발표된 뒤에는 이런 반론도 있었습니다.

“초가공식품이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식단 자체가 덜 건강했던 것 아닐까?”

2025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영국 연구는 이 질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평소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초가공식품에서 얻고 있던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55명이 무작위 배정됐고, 50명이 일차분석에 포함됐습니다.

한쪽은 최소가공식품 중심 식단, 다른 한쪽은 초가공식품 중심 식단이었습니다.

두 식단 모두 영국의 Eatwell Guide에 맞게 구성됐고 각각 8주 동안 제공됐습니다. 참가자는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일차평가변수는 두 식단에서 나타난 체중 변화율의 차이였습니다.

결과가 꽤 흥미롭습니다.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는 평균 -2.06%,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는 -1.05%의 체중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즉, 두 식단 모두 평균 체중이 줄었습니다.

다만 최소가공식품 식단의 감소폭이 약 1.01%포인트 더 컸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건강식사지침 안에서 최소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을 비교한 2025 무작위시험

이 결과는 양쪽 방향의 과장을 모두 어렵게 만듭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무조건 체중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시험에서는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도 평균적으로 체중이 줄었습니다.

반대로 “건강한 영양성분만 맞추면 가공 정도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두 식단을 먹였을 때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 체중 감소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이 시험의 두 식단은 가공 정도만 달랐던 것이 아닙니다.

연구진도 논문에서 초가공식품 식단의 에너지 밀도가 더 높았다고 설명합니다. 최소가공식품 식단은 맛과 풍미 평가가 더 낮았고, 연구는 입원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실제 섭취량을 매 끼니 직접 측정한 것도 아닙니다.

즉 이 결과를 두고

“가공이라는 요소 하나만 떼어냈더니 체중이 정확히 1.01%포인트 달라졌다.”

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식단에서 가공 수준이 달라질 때 에너지 밀도와 식사의 감각적 특성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2026년 8월 최신 시험에서는 초가공 비중 자체가 다음 식사량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제를 정리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확인한 연구는 2026년 8월 23일 Appetite에 온라인 공개된 무작위 교차시험입니다.

참가자는 평균 나이 약 22세인 성인 19명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아침과 점심을 네 가지 조건으로 구성했습니다.

초가공식품에서 오는 열량이 0%인 조건과 80% 이상인 조건, 그리고 각각을 낮은 에너지 밀도와 높은 에너지 밀도로 나눴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여기부터입니다.

앞서 본 NIH 연구처럼 하루 종일 마음껏 먹게 한 것이 아니라, 아침과 점심은 정해진 열량의 식사를 먹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같은 식사를 원하는 만큼 먹도록 했습니다.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본 일차평가변수는 저녁에 추가로 먹은 에너지 섭취량이었습니다.

결과에서는 초가공식품 비중의 주효과도, 에너지 밀도의 주효과도 저녁 섭취 열량에 유의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초가공식품 비중과 에너지 밀도를 조절한 2026년 8월 무작위 교차시험

이 결과만 떼어놓고

“초가공식품은 포만감이나 섭취량에 아무 영향이 없다.”

고 말하면 안 됩니다.

표본이 19명으로 작고, 각 조건은 하루짜리 급성시험이었습니다.

또 아침과 점심의 열량을 미리 고정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먹을 때 초가공식품 식단에서 더 많은 열량을 섭취했던 2019년 시험과는 질문 자체가 다릅니다.

오히려 이 연구는 다른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열량을 먼저 먹게 만든 조건에서는 초가공 여부 자체가 다음 식사의 섭취량을 즉시 결정하는 단순한 스위치처럼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19년 시험과 정반대라기보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 연구에 가깝습니다.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가공 자체’와 ‘음식의 특성’을 분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사람 대상 시험을 순서대로 놓으면 꽤 재미있는 그림이 보입니다.

2019년 입원시험에서는 초가공식품 식단을 먹을 때 하루 평균 508kcal를 더 먹었습니다.

2022년 한 끼 시험에서는 같은 가공 수준 안에서도 단단하고 천천히 먹히는 질감이 섭취량을 줄였습니다.

2025년 연구에서는 에너지 밀도와 먹는 속도가 함께 달라질 때 한 끼 열량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2025년의 8주 시험에서는 건강식사지침을 따르는 두 식단 모두 체중이 줄었지만 최소가공식품 식단의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2026년에는 거의 같은 초가공식품 식단끼리 비교해도 질감을 통해 먹는 속도를 늦추자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이 369kcal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다른 11일 시험에서는 먹는 음식의 무게는 줄었지만 하루 총열량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6년 8월의 작은 급성시험에서는 정해진 열량을 먼저 먹게 했을 때 초가공 비중 자체가 다음 식사량을 뚜렷하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결과를 보고 나면 두 문장 모두 지나치게 단순해집니다.

“초가공식품이라서 과식한다.”

“가공 정도는 아무 상관이 없고 칼로리만 보면 된다.”

현재의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가공 수준과 함께 여러 변수가 계속 등장합니다.

음식의 에너지 밀도, 질감, 씹는 데 필요한 시간, 액체와 고체의 차이, 단백질과 식이섬유, 기호도, 제공량, 그리고 결국 1분 동안 얼마나 많은 열량을 먹게 되는지입니다.

초가공식품은 이런 특성들이 자주 모여 있는 식사패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초가공식품이 같은 속도로 먹히고 같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그럼 실제로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여기까지 읽고 나면 또 새로운 숙제가 생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음식의 NOVA 분류와 질감, 에너지 밀도, 먹는 속도까지 계산해야 하는 걸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를 생활의 언어로 바꾸면 오히려 질문은 몇 가지로 줄어듭니다.

내가 자주 먹는 식사는 거의 씹지 않고 빠르게 끝나는 형태인가?

부드럽고 쉽게 넘어가는 음식에 열량이 높은 소스나 지방, 당류가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가?

한 끼가 음료나 반고체 음식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가?

반대로 씹을 시간이 필요한 음식, 수분이 많은 음식, 형태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식품이 식사 안에 들어 있는가?

이런 질문은 “초가공식품을 하나도 먹지 말자”보다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연구가 실제로 측정한 변수와도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가공 정도를 무시하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초가공식품 중심 식단에서 자유 섭취 열량이 높아진 통제시험이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개별 식품 하나를 두고 건강성을 판정할 때는 가공 분류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한 입에 30번 씹기’는 이 연구들의 결론이 아닙니다

먹는 속도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숫자가 따라붙습니다.

한 입에 20번, 30번 씹으라는 조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살펴본 주요 최신 연구는 대부분 참가자에게 정확한 씹기 횟수를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의 단단함, 구조, 씹는 데 필요한 시간 같은 질감 자체를 바꿔 자연스럽게 속도가 달라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차이는 중요합니다.

질감을 바꾸자 섭취량이 달라졌다는 사실과

“모든 사람은 한 입에 30번 씹어야 한다.”

는 말은 같은 결론이 아닙니다.

식사를 정확히 20분 이상 해야 한다는 절대 기준도 이 시험들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현재 자료에서 좀 더 흥미로운 부분은 사람이 의지만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보다 음식 자체가 얼마나 빨리 먹히도록 만들어져 있는가입니다.

부드러운 음식이 나쁘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부분은 꼭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은 어떤 사람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요입니다.

치아 상태가 좋지 않거나 씹기 어려운 사람, 삼킴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 질환이나 수술 뒤 음식 형태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식사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죽이나 수프가 부드럽다는 이유로 초가공식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단단하다고 해서 건강한 음식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질감은 음식의 좋고 나쁨을 판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식사 속도와 섭취량을 이해하는 하나의 변수입니다.

이 정도로 보는 것이 연구 결과와 가장 가깝습니다.

연구비와 이해관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초가공식품과 식사 속도 연구는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이해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NIH 입원시험은 미국 NIH의 내부 연구 프로그램 지원으로 수행됐습니다.

2025년 Nature Medicine 시험은 Medical Research Council 등 공공·비영리 연구비 지원을 받았고 연구진은 해당 시험에 산업·상업적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부 저자들은 초가공식품 관련 책의 인세, 제약회사 자문·강연료, 연구지원 등 외부 관계를 공개했습니다.

2026년 식사 속도 시험의 저자 중 일부도 식품·영양 관련 기업에서 강연료나 여행비를 받았거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관계를 공개했습니다.

이런 관계가 있다고 해서 연구 결과가 자동으로 틀리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무작위시험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해관계를 볼 필요가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표본 수와 기간, 무엇을 일차평가변수로 정했는지, 식단에서 실제로 어떤 요소가 달랐는지와 함께 연구비와 이해관계를 같이 보는 편이 낫습니다.

좋은 연구를 판단하는 데는 하나의 체크표시보다 여러 층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초가공식품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연구에서는 흔히 NOVA 분류를 사용합니다.

NOVA는 식품을 가공되지 않았거나 최소가공된 식품, 가공된 조리용 재료,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으로 나눕니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공장에서 만든 음식”과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닙니다. 여러 산업적 공정과 원료, 첨가물 등을 이용해 만든 제품이 주로 포함됩니다.

다만 실제 제품을 분류할 때 애매한 경우가 있고, 같은 초가공식품 범주 안에서도 영양성분과 질감, 에너지 밀도는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NOVA 분류는 식단 전체를 연구할 때 유용한 틀이지만, 개별 식품 하나의 생리적 효과를 전부 설명하는 공식처럼 쓰기는 어렵습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무조건 살이 찌나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2019년 입원시험에서는 초가공식품 식단에서 참가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열량을 먹고 2주 동안 체중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8주 시험에서는 건강식사지침에 맞춘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도 평균 체중이 감소했습니다.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 감소폭이 더 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초가공식품 한 번을 먹으면 체중이 증가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초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식단의 특정 특성들이 자유롭게 먹는 상황에서 에너지 섭취를 높일 수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천천히 먹으면 하루 369kcal를 덜 먹을 수 있나요?

369kcal는 개인에게 적용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성인 41명이 참여한 2026년 특정 무작위 교차시험에서 두 초가공식품 식단을 비교했을 때 나타난 집단 평균 차이입니다.

다른 11일 시험에서는 먹는 속도를 늦췄을 때 음식의 무게는 줄었지만 하루 총열량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지, 음식의 에너지 밀도가 어떤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천천히 먹으면 하루에 정확히 몇 kcal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은 현재 연구보다 훨씬 단정적인 주장입니다.

한 입에 몇 번 씹어야 하나요?

이번 글에서 살펴본 주요 연구만으로 특정 횟수를 정할 수 없습니다.

최근 시험들은 20번이나 30번 같은 숫자를 지정하기보다 음식의 질감을 조절해 자연스럽게 먹는 속도가 달라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씹는 횟수에 신경 쓰는 것이 식사를 서두르지 않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특정 숫자를 의학적으로 확인된 기준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이번에 살펴본 임상시험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초가공식품 섭취를 0%로 만들라는 규칙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식생활에서는 영양성분, 전체 식단의 질, 가격, 접근성, 조리 시간, 개인의 건강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한 끼가 거의 전부 빠르게 먹히는 고에너지밀도 식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가공 분류와 별개로 식사의 형태를 한 번 살펴볼 이유는 있습니다.

성분표가 괜찮으면 초가공식품이어도 아무 차이가 없나요?

이 질문도 아직 예 또는 아니오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5년 연구에서는 두 식단 모두 국가 건강식사지침에 맞게 구성했지만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 체중 감소가 더 컸습니다.

다만 그 시험에서도 두 식단은 에너지 밀도와 맛 평가 등 가공 정도 이외의 특성이 달랐습니다.

반대로 2026년 8월의 짧은 시험에서는 정해진 열량을 먼저 먹게 했을 때 가공 수준 자체가 다음 식사의 섭취 열량을 유의하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결국 영양성분도 중요하고, 가공 정도도 연구할 가치가 있으며, 음식의 물리적 특성도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 음식 전체를 설명하려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여러 논문을 읽고 나면 ‘초가공식품’보다 식사의 모양이 먼저 보입니다

처음에는 이 주제가 단순해 보였습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더 많이 먹는가?”

2019년 연구만 놓고 보면 답이 거의 정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 508kcal를 더 먹었고 체중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연구를 하나씩 이어 붙이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같은 초가공식품인데 질감만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먹는 속도가 느려지면 음식의 무게와 열량이 항상 함께 줄어들까?

에너지 밀도를 따로 바꾸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둘 다 건강한 식사지침을 따르는 식단이라면 가공 수준 차이가 남을까?

아예 아침과 점심의 열량을 고정한 뒤 다음 식사량만 보면 어떨까?

연구마다 답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초가공식품을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르는 스티커로만 사용하는 것이 조금 아쉬워집니다.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음식이 실제로 어떤 속도로 먹히도록 만들어져 있는지, 한 입에 어느 정도 열량이 들어오는지, 얼마나 씹어야 하는지입니다.

가공 정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가공식품 중심 식단에서 과식이 관찰됐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그 이유를 더 잘게 쪼개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과정에서 질감, 식사 속도와 에너지 밀도가 꽤 중요한 후보로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최종 정답’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초가공식품을 이야기할 때 칼로리와 첨가물만 보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갈 이유는 생겼습니다.

마무리

건강정보는 연구가 쌓이는 속도보다 결론이 빨리 만들어질 때가 많습니다.

초가공식품도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모든 초가공식품을 같은 위험물처럼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결국 칼로리와 영양성분만 같으면 가공 정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에게 직접 음식을 먹여본 시험은 그 사이에서 훨씬 복잡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초가공식품 식단에서 하루 평균 500kcal가량을 더 먹은 입원시험이 있습니다.

건강식사지침을 따랐어도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 체중 감소가 더 컸던 8주 시험도 있습니다.

동시에 초가공식품끼리 비교해도 질감을 통해 먹는 속도를 늦추자 하루 섭취 열량이 평균 369kcal 낮아진 시험이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속도가 느려져 음식의 무게가 줄었지만 총열량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작은 급성시험에서는 정해진 열량을 먹은 뒤 초가공 비중 자체가 다음 식사의 섭취량을 뚜렷하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이라는 이름표 하나가 과식의 모든 원인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이름표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앞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이 음식은 초가공식품인가?”

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음식은 나에게 어떤 속도로 먹히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속도로 먹을 때 1분 동안 얼마나 많은 열량이 들어오는가?”

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초가공식품 연구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참고자료

1. Hall KD, Ayuketah A, Brychta R, et al.

Ultra-Processed Diets Cause Excess Calorie Intake and Weight Gain: An Inpatien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 Libitum Food Intake.
Cell Metabolism. 2019;30(1):67-77.e3. PMID 31105044.

성인 20명이 NIH 임상센터에 입원해 초가공식품과 가공이 적은 식단을 각각 2주 동안 섭취한 무작위 교차시험입니다. 초가공식품 기간에 하루 평균 508kcal를 더 섭취했고 평균 체중이 약 0.9kg 증가했습니다.

PubMed에서 보기

2. Forde CG, Heuven LAJ, van Bruinessen M, et al.

Eating rate has sustained effects on energy intake from ultraprocessed diets: a 2-week ad libitum dietary randomized controlled crossover trial.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6;123(4):101122. PMID 41314613.

성인 41명이 질감을 이용해 먹는 속도가 다르게 설계된 초가공식품 식단을 각각 14일 섭취했습니다. 느리게 먹히는 식단에서 하루 에너지 섭취량이 평균 369kcal 낮았지만 두 식단 사이 체중 변화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PubMed에서 보기

3. Dicken SJ, Jassil FC, Brown A, et al.

Ultraprocessed or minimally processed diets following healthy dietary guidelines on weight and cardiometabolic health: a randomized, crossover trial.
Nature Medicine. 2025;31(10):3297-3308. PMID 40760353.

55명이 무작위 배정되고 50명이 일차분석에 포함된 8주 교차시험입니다. 두 식단 모두 영국 Eatwell Guide를 따랐고 평균 체중이 감소했지만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두 식단의 에너지 밀도 등 다른 특성도 달랐다는 점은 해석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PubMed에서 보기

4. de Melo Barros L, Pereira MR, Peixoto VA, et al.

Effect of ultra-processed-rich versus ultra-processed-free preload meals at high and low energy density on ad libitum energy intake: a randomized crossover trial.
Appetite. 2026;108761. PMID 42633852.

성인 19명에게 초가공식품 비중과 에너지 밀도가 다른 정해진 열량의 아침·점심을 제공한 뒤 저녁 자유섭취량을 비교한 하루 단위 교차시험입니다. 일차평가변수인 저녁 에너지 섭취량에서는 가공 수준이나 에너지 밀도의 유의한 주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PubMed에서 보기

5. Teo PS, Lim AJY, Goh AT, et al.

Texture-based differences in eating rate influence energy intake for minimally processed and ultra-processed meals.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2;116(1):244-254. PMID 35285882.

건강한 성인 50명에게 가공 수준과 질감이 다른 네 종류의 점심을 제공한 교차시험입니다. 단단하고 천천히 먹히는 식사는 최소가공·초가공 조건 모두에서 섭취량을 낮추는 방향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PubMed에서 보기

6. Lasschuijt MP, Heuven LAJ, Gonzalez-Estanol K, et al.

The Effect of Energy Density and Eating Rate on Ad Libitum Energy Intake in Healthy Adults—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Journal of Nutrition. 2025;155(8):2602-2610. PMID 40516651.

건강한 성인 69명을 대상으로 먹는 속도와 에너지 밀도를 함께 조절한 무작위 교차시험입니다. 느린 식사·낮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식사·높은 에너지 밀도가 결합됐을 때 한 끼 에너지 섭취량에 큰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PubMed에서 보기

7. van Bruinessen M, Heuven LAJ, Stieger M, et al.

The sustained effect of texture-based eating rate on food intake in an 11-d randomised controlled trial.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26;135(9):1006-1014. PMID 41492689.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질감을 통해 식사 속도를 약 32% 늦춘 11일 무작위 교차시험입니다. 느린 조건에서 음식의 무게는 줄었지만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PubMed에서 보기

면책문구

이 글은 일반적인 영양 및 식생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질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료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체중 관리나 질환 때문에 식사를 크게 변경해야 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건강상태, 영양 상태와 복용 중인 약물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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