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휴대전화를 금지하면 청소년 정신건강이 좋아질까? 연구 결과와 한계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하는 규칙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규칙이 학생의 우울감과 불안까지 줄여 줄까요? 교실에서 기기를 덜 보는 일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은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결과는 아닙니다.
2026년 10월 27일 발표된 JAMA Network Open의 아이슬란드 학교 휴대전화 금지 연구는 그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학교 전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의 휴대전화 규칙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연구는 수업 집중도나 성적을 직접 평가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논쟁에서 구별해야 할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실제로 휴대전화를 덜 사용했는가, 또래 관계나 교실 분위기는 달라졌는가, 우울·불안 같은 정신건강 지표도 함께 변했는가.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각각 다른 자료가 필요합니다.
70개 학교의 2만 3,938건 응답은 무엇을 비교했을까
연구진은 아이슬란드에서 2016년, 2018년, 2023년에 실시된 전국 학교 설문을 활용했습니다. 조사 당시 13~15세 학생들이 응답했고, 분석에는 70개 학교에서 수집된 총 2만 3,938건의 응답 자료가 포함됐습니다.
이 숫자는 동일 학생 2만 3,938명을 계속 추적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시점의 학생 집단을 반복 조사한 연구입니다. 70개 학교 중 22곳이 2018년 이후 2023년 조사 전까지 학교 일과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을 도입했습니다.
연구진은 규칙을 도입한 학교와 비교 학교에서 정책 시행 전후 학생 응답의 변화가 어떻게 달랐는지 살폈습니다. 이를 차이의 차이 분석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2023년에 두 집단의 점수를 비교하는 것보다 시간의 영향을 고려할 수 있지만, 학교들이 무작위로 정책을 배정받은 실험은 아닙니다.
우울감·불안·따돌림: 결과는 어느 범위까지 말해 줄까
아이슬란드 연구는 우울 증상, 불안, 적대감, 정신적 안녕감을 주요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또래 지지, 대면·온라인 괴롭힘 경험, 소셜미디어·게임·영상 시청도 함께 살폈습니다.
| 확인한 영역 | 연구에서 관찰된 결과 | 해석할 때 구별할 점 |
|---|---|---|
| 우울 증상·불안·적대감·정신적 안녕감 | 전체 학생에서 의미 있는 개선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함 | 우울증·불안장애 진단의 예방 효과를 시험한 연구는 아님 |
| 여학생·남학생 구분 | 주요 결론과 대체로 비슷한 양상 | 개별 학생이나 모든 하위집단의 반응을 확정하지 못함 |
| 또래 지지·대면 및 온라인 괴롭힘 | 정책 도입에 따른 뚜렷한 변화의 근거를 확인하지 못함 | 교실 관계의 모든 측면을 측정한 것은 아님 |
| 일상적 화면 이용 | 설문으로 파악한 이용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음 | 학교 안 실제 기기 사용 시간은 직접 측정하지 않음 |
주의해서 읽을 부분은 우울 증상 결과입니다. 전체 학생의 우울 증상 추정치는 금지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아지는 방향이었지만, 연구진이 11개 결과를 전체·여학생·남학생 분석에서 함께 검정하며 적용한 본페로니 보정 기준(P값 0.002 미만)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 수치를 금지가 우울증을 악화시켰다는 증거로 읽거나, 반대로 우울증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학생들이 응답한 우울·불안 증상은 주로 최근 일주일의 상태를 묻는 설문 지표입니다. 의료진이 진단한 정신질환의 발생률이나 장기적인 치료 결과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학교에 휴대전화 금지 규칙이 있다는 것과 실제 사용이 줄었다는 것은 다르다
아이슬란드 연구에서 휴대전화 금지 여부는 학교의 규정과 담당자 확인을 통해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규칙을 얼마나 지켰는지, 학교 안에서 실제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관한 객관적인 기기 기록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비교 학교에도 수업 시간에는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쉬는 시간에만 허용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결국 두 집단의 차이는 ‘아무 제한도 없는 학교’와 ‘모든 사용을 막은 학교’만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사용을 제한해도 하교 후 이용 습관까지 같은 방향으로 바뀌는지는 별도의 질문입니다. 설문에서 하루 화면 사용량에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교실에서 사용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영국 연구는 ‘교내 이용’과 ‘하루 전체 이용’을 나눠 보여줬다
이 구분은 2025년 발표된 영국 SMART Schools의 학교 휴대전화 정책 연구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연구진은 영국 중등학교 30곳의 12~15세 학생 1,227명을 비교했습니다.
휴대전화 사용 규정이 엄격한 학교의 학생은 사용이 비교적 허용된 학교의 학생보다 학교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약 0.67시간,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약 0.54시간 짧았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집단 간 보정된 평균 차이이며, 금지 조치 전후 동일 학생의 사용 시간을 측정한 변화량은 아닙니다.
평일·주말 전체 이용 시간이나 정신적 안녕감에서는 두 집단 사이의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학교 안의 이용 시간과 일상 전체의 디지털 습관이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다만 관찰연구이므로 규정 하나가 그 차이를 직접 만들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 따라 규칙을 받아들이는 경험도 다를까요? 2026년 공개된 영국 SMART Schools 후속 질적 연구는 7개 학교의 학생·보호자·교직원 177명이 참여한 40차례 집단면담을 분석했습니다. 엄격한 규정과 허용적인 규정 모두에서 긍정적인 경험과 어려움이 보고됐고, 학교 환경, 또래 연결감, 학습, 자율성 등이 중요한 맥락으로 제시됐습니다.
면담 연구는 특정 정책의 효과를 숫자로 확정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대신 같은 규칙이라도 학교의 실행 방식과 학생이 경험하는 환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한국의 ‘수업 중 금지’와 아이슬란드의 ‘학교 일과 중 금지’를 같은 정책으로 볼까
한국에서는 2026년 3월 1일부터 적용된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5에 따라 원칙적으로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금지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2026년 10월 29일 시행 법령은 같은 조문에서 장애·특수교육 관련 보조기기 사용, 교육 목적, 긴급 상황 대응 등의 경우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습권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제한 기준과 방법 등은 학칙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 중 사용 금지와 쉬는 시간 등을 포함한 교내 사용·소지 제한은 구분해야 합니다.
아이슬란드 연구에서 살핀 정책은 학교 일과 중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이었습니다. 반면 한국 법률이 정한 기본 원칙은 수업 중 사용 제한입니다. 법이 다루는 범위부터 다르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관찰 결과로 한국 제도의 성패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금지했는가’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려면
휴대전화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수업 방해, 학생 관계, 정신건강이 하나의 효과처럼 묶이곤 합니다. 그러나 학교가 무엇을 개선하려는지에 따라 확인할 지표도 달라져야 합니다.
| 학교가 기대하는 변화 |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질문 | 주의할 해석 |
|---|---|---|
| 수업 방해 감소 | 수업 중 기기 확인이나 수업 중단이 줄었는가 | 아이슬란드 연구는 수업 집중도와 성적을 직접 평가하지 않음 |
| 또래 관계 개선 | 쉬는 시간의 상호작용과 괴롭힘 경험이 달라졌는가 | 대면 시간이 늘어도 관계의 질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님 |
| 정서적 안녕 개선 | 학생들이 보고하는 우울·불안 증상과 도움 요청 경험이 달라지는가 | 규칙의 영향과 다른 생활·학교 환경의 영향을 구분해야 함 |
이는 학교에서 바로 효과가 입증된 실행 처방이 아니라, 연구 결과를 읽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평가 관점입니다. 특히 학생의 정신건강을 살피기 위해 개인별 디지털 이용 내역이나 상담 내용을 불필요하게 공개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의 성과를 확인하는 일과 학생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일은 함께 고려할 문제입니다.
연구의 결과가 확정적인 판정이 되기 어려운 이유
아이슬란드 연구에는 정책 도입 이전 조사 시점이 두 번 포함돼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시에 실제 결과를 해석할 때 중요한 한계도 있습니다.
첫째, 같은 학생을 장기간 추적하지 않았고 학교별 정책 도입도 무작위가 아니었습니다. 둘째, 금지 규칙을 도입하기 전인 2016~2018년에도 여학생의 우울 증상과 정신적 안녕감 등 일부 지표에서 학교 집단 간 변화 추세가 달랐습니다. 정책 후 결과를 해석할 때 원래의 차이를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셋째, 조사 시기에는 코로나19 유행을 비롯한 사회적 변화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째, 기기 사용의 실제 감소 정도와 규칙 준수 수준을 직접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에서 평가한 정신건강 지표가 최근 일주일의 증상에 초점을 둔 만큼 장기적인 변화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면 연구가 보여준 결론은 분명하면서도 좁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해당 조사와 분석 범위에서 학교 전체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청소년 정신건강의 의미 있는 개선과 연관되지 않았습니다. 수업 운영의 편의, 학업 성취, 개별 학생의 경험 같은 다른 결과까지 같은 방식으로 판정한 것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금지하면 청소년 우울증도 예방되나요?
2026년 아이슬란드 연구에서는 휴대전화 금지 정책 도입 이후 학생들의 자기보고 우울 증상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임상적으로 진단된 우울증의 예방 효과는 이 연구와 다른 설계로 검증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막으면 실제 화면 시간도 줄어드나요?
어느 시간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영국 연구에서는 규정이 엄격한 학교의 교내 이용 시간이 짧았지만, 하루 전체 이용 시간의 뚜렷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슬란드 연구는 교내 실제 사용 시간 대신 평소 하루 이용에 대한 설문 응답을 분석했습니다.
휴대전화 금지 규칙이 정신건강을 개선하지 못했다면 학교에서 허용하는 편이 나을까요?
수업 환경을 보호하는 목적과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목적을 나누어 판단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이번 연구의 평가 대상은 주로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지표였습니다. 수업 집중도나 교사의 수업 운영 효과는 그에 맞는 별도의 연구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규칙의 목표와 학교 현장의 실행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국 학교도 휴대전화를 하루 종일 사용하지 못하나요?
현행 법률은 원칙적으로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 등 허용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과 교내 소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해당 학교의 학칙과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결론: 휴대전화가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 학교의 변화가 증명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 금지는 규칙의 시행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는지, 쉬는 시간의 관계가 달라지는지, 우울감이 줄어드는지는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슬란드 연구는 금지가 무조건 효과적이라는 기대와 금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단정을 모두 경계하게 합니다. 영국 연구는 교내 사용 시간이 짧아지는 것과 하루 전체의 사용 습관 또는 정신적 안녕감이 달라지는 것이 별개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학교의 규칙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금지 여부만 세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변화를 목표로 했고, 실제로 그 변화가 관찰됐으며, 학생들에게 무엇이 남았는지를 묻는 일입니다. 이 질문을 남겨 두는 것이 찬반 구호보다 실질적인 다음 논의를 가능하게 합니다.
참고자료
1. 아이슬란드 학교 휴대전화 금지와 청소년 정신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2026년 연구
Bonilla Aparicio E 외. JAMA Network Open. 2026. 9(10):e2640893. DOI: 10.1001/jamanetworkopen.2026.40893.
학교 전체의 휴대전화 금지와 정신건강을 연결해 평가한 이번 글의 핵심 근거입니다. 70개 학교의 반복 조사 자료에서 우울·불안과 또래 관계의 변화를 비교했으며, 개선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뿐 아니라 실제 기기 사용량을 측정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함께 살펴보는 데 사용했습니다.
2. 영국 학교 휴대전화 규정과 교내·일상 이용 시간을 비교한 연구
Goodyear VA 외. The Lancet Regional Health – Europe. 2025. 51:101211. PMID 40213498.
학교 안의 휴대전화 이용 시간이 짧다는 관찰과 하루 전체의 이용 습관 및 정신적 안녕감이 달라졌다는 주장을 구별하기 위해 참고했습니다. 교내 휴대전화·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의 집단 간 차이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어 아이슬란드 연구에서 직접 측정하지 못한 부분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휴대전화 제한을 경험하는 학생·보호자·교직원의 관점을 조사한 연구
Goodyear VA 외. Social Science & Medicine. 2026. 398:119094. PMID 41855785.
학교 휴대전화 규칙이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살피는 데 활용했습니다. 일곱 학교의 집단면담은 정량적 효과 크기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학생의 관계·자율성·학습 경험과 학교 환경이 정책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줍니다.
4. 한국 학교의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과 허용 예외를 정한 법률
대한민국 국가법령정보센터.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5(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 제한 등). [시행 2026. 10. 29.] 법률 제21580호.
해외 연구의 학교 일과 중 금지 정책을 한국의 제도와 같은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 확인했습니다. 수업 중 사용 제한이라는 기본 원칙, 보조기기·교육·긴급 상황 등의 예외, 학교별 학칙에 따른 교내 사용·소지 제한을 구분하는 근거입니다.
면책 안내
이 글은 2026년 10월 29일까지 공개된 학술 논문과 대한민국 법령을 바탕으로 작성한 교육·건강정보입니다. 관찰연구의 연관성을 인과관계로 확정하거나 해외 결과를 모든 한국 학교에 일반화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정신건강을 진단하거나 치료를 대신하는 글이 아니며, 우울·불안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학교 상담체계나 적절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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