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28g이 170kcal라면 몸도 그대로 얻을까? 대사가능 에너지의 과학
아몬드 한 줌을 먹으면 우리 몸은 영양성분표에 적힌 칼로리를 그대로 얻을까요?
처음에는 조금 이상한 질문처럼 들립니다.
칼로리는 하나의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에 음식 속에 정확하게 들어 있는 에너지의 양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에서 실제로 이용되는 에너지를 측정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2012년 사람 대상 통제 급식시험에서 아몬드 28g은 당시 일반적인 Atwater 방식으로 약 168~170kcal로 계산됐습니다.
그런데 음식뿐 아니라 참가자의 대변과 소변까지 분석해 실제 대사가능 에너지(metabolizable energy)를 계산했을 때는 약 129kcal로 측정됐습니다.
그렇다고
“아몬드는 실제 칼로리가 무조건 129kcal다.”
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같은 아몬드라도 통째로 먹는지, 굽는지, 잘게 자르는지, 버터처럼 곱게 가는지에 따라 측정되는 대사가능 에너지가 달라졌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영양성분표의 숫자만 보는 대신 음식의 구조와 소화 과정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견과류의 지방은 자유로운 기름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당 부분이 단단한 식물 세포 안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견과류를 씹는다고 해서 모든 세포가 완전히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음식에 들어 있는 에너지와 우리 몸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반드시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견과류 칼로리는 틀렸다.”
거나
“견과류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는 결론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사용하는 칼로리라는 하나의 숫자 뒤에 음식의 구조와 소화라는 과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음식의 칼로리는 어떻게 계산할까요?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약 4kcal, 지방은 약 9kcal라고 흔히 배웁니다.
이런 계산의 배경에는 Atwater factor, 즉 애트워터 계수라고 부르는 식품 에너지 환산 체계가 있습니다.
실제 식품의 에너지 표시 방법은 국가의 규정과 적용하는 계수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중의 모든 식품을 사람에게 직접 먹인 뒤 대변과 소변을 수집해 에너지를 측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식품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양과 표준화된 환산계수를 이용해 에너지 값을 계산하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이런 표준화가 있어야 서로 다른 식품의 에너지 값을 일정한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음식이 단순한 영양소의 혼합물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 10g이 들어 있는 두 음식이 있다고 해도 그 지방이
- 자유롭게 노출되어 있는지
- 단단한 조직 안에 들어 있는지
- 세포벽에 둘러싸여 있는지
- 얼마나 작은 입자로 가공됐는지
- 씹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구조가 파괴되는지
에 따라 소화효소가 접근하는 환경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에 특정 영양소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영양소가 소화 과정에서 완전히 이용 가능해진다는 것은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총에너지, 소화가능 에너지, 대사가능 에너지는 무엇이 다를까요?
‘칼로리’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에너지의 단계를 구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음식을 완전히 연소시켰을 때 측정할 수 있는 전체 에너지를 총에너지(gross energy)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소화기관은 음식을 완전히 태우는 장치가 아닙니다.
먹은 음식 가운데 일부는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총에너지에서 대변을 통해 손실된 에너지를 제외한 개념이 소화가능 에너지(digestible energy)입니다.
여기에서 소변 등을 통해 손실되는 에너지까지 고려하면 대사가능 에너지(metabolizable energy)에 가까워집니다.
따라서 대사가능 에너지를 단순히 ‘장에서 흡수된 칼로리’라고만 설명하는 것도 완전히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변과 소변 등을 통한 에너지 손실까지 고려해 몸에서 이용 가능한 에너지에 더 가까이 접근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2026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사람의 소화가능 에너지나 대사가능 에너지를 직접 평가한 23개 연구를 종합했습니다.
연구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고식이섬유 식단과 견과류 섭취에서는 섭취한 에너지 가운데 소화·대사 가능한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됐습니다.
사람의 소화가능 에너지와 대사가능 에너지를 분석한 2026년 체계적 문헌고찰
즉 음식의 양뿐 아니라 무엇을 어떤 구조로 먹는가도 실제 에너지 이용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견과류에서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요?
견과류의 내부를 확대해 보면 이유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아몬드의 지방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기름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많은 지방이 식물 세포 안에 저장되어 있고 그 바깥에는 세포벽이 있습니다.
우리가 견과류를 씹으면 일부 세포가 깨집니다.
그 순간 세포 안에 있던 지방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소화효소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세포가 같은 방식으로 파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5년 무작위 사람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생아몬드와 구운 아몬드를 씹은 뒤 만들어진 입자의 크기와 미세구조를 조사했습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씹은 뒤에도 대부분의 아몬드 세포는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었고 세포 안의 상당한 지방이 세포벽에 둘러싸인 채 유지됐습니다.
즉 견과류에서는
지방이 몇 g 들어 있는가
뿐만 아니라
그 지방이 소화 과정에서 얼마나 노출되는가
도 중요합니다.
아몬드 28g을 사람에게 직접 먹여 측정한 연구
2012년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18명이 통제된 식단을 섭취했습니다.
각 실험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하루에 아몬드 0g, 42g 또는 84g을 먹었습니다.
연구진은 섭취한 음식만 분석한 것이 아닙니다.
실험 기간에 수집한 대변과 소변의 에너지와 영양성분까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에서 측정한 아몬드의 대사가능 에너지는 1g당 약 4.6kcal였습니다.
28g으로 환산하면 약 129kcal입니다.
반면 당시 Atwater 계수를 사용한 계산값은 1g당 약 6.0~6.1kcal, 28g당 약 168~170kcal였습니다.
이 연구 조건에서는 Atwater 방식이 측정된 대사가능 에너지보다 약 32% 높은 값을 예측했습니다.
아몬드의 Atwater 계산값과 직접 측정한 대사가능 에너지를 비교한 연구
하지만 이 연구에서 나온 32%를 새로운 ‘아몬드 공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후 연구에서 아몬드의 형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통아몬드와 아몬드버터에서는 결과가 달랐습니다
2016년에는 같은 연구진이 아몬드의 형태를 달리해 대사가능 에너지를 비교했습니다.
건강한 성인 18명에게 하루 42g의 아몬드를 주면서 다음 네 가지 형태를 비교했습니다.
- 통 생아몬드
- 통 구운 아몬드
- 잘게 자른 아몬드
- 아몬드버터
측정된 대사가능 에너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통 생아몬드: 약 4.42kcal/g
통 구운 아몬드: 약 4.86kcal/g
잘게 자른 아몬드: 약 5.04kcal/g
아몬드버터: 약 6.53kcal/g
통 생아몬드, 통 구운 아몬드와 잘게 자른 아몬드는 Atwater 방식으로 예측한 값보다 낮았습니다.
반면 아몬드버터의 대사가능 에너지는 기존 예측값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통아몬드·구운 아몬드·잘게 자른 아몬드·아몬드버터의 대사가능 에너지를 비교한 연구
같은 아몬드인데 왜 차이가 생겼을까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구조가 얼마나 많이 파괴됐는가입니다.
통아몬드는 우리가 직접 씹어서 세포와 조직을 부숴야 합니다.
반면 아몬드버터는 먹기 전부터 이미 강한 기계적 분쇄를 거친 상태입니다.
입자가 작아지고 세포 구조가 더 많이 파괴되면 세포 안에 있던 지방이 소화효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몬드에 지방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
와
“그 지방이 소화기관에서 얼마나 쉽게 방출되는가”
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이처럼 같은 영양성분이라도 음식의 물리적인 형태와 구조에 따라 소화 과정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는 같은 영양성분인데 왜 몸의 반응은 다를까? 음식의 형태와 구조가 중요한 이유에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부러 덜 씹으면 칼로리를 덜 얻을까요?
연구 결과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몬드를 대충 씹어 삼키면 칼로리를 덜 흡수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것을 체중관리 방법으로 이용할 근거는 없습니다.
아몬드를 씹은 뒤 만들어지는 입자의 크기가 지방의 생체접근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씹는 횟수를 조절해 내가 흡수할 에너지를 원하는 숫자로 맞출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같은 횟수를 씹어도 만들어지는 입자 크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견과류의 종류와 단단함도 다릅니다.
그리고 음식을 삼킨 뒤에는 위와 소장에서 추가적인 물리적·화학적 소화가 계속됩니다.
덜 씹는 행동은 섭취 경험이나 소화 과정에도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연구의 메시지는
“견과류를 덜 씹자.”
가 아닙니다.
“음식의 구조와 입자 크기가 영양소에 대한 소화기관의 접근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 더 정확한 결론입니다.
아몬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아닙니다.
사람에게 다른 견과류를 직접 먹이고 대사가능 에너지를 측정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피스타치오
성인 16명이 참여한 통제 급식 연구에서는 피스타치오의 측정 에너지 밀도가 Atwater 일반계수로 계산한 값보다 약 5% 낮았습니다.
호두
건강한 성인 18명에게 하루 42g의 호두를 제공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호두 28g의 대사가능 에너지가 약 146kcal로 측정됐습니다.
Atwater 방식의 계산값인 약 185kcal보다 약 21% 낮았습니다.
캐슈넛
건강한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캐슈넛 28g의 평균 대사가능 에너지가 약 137kcal로 측정됐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비교한 당시 일반적인 표시값보다 약 16% 낮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 연구의 숫자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피스타치오에서 5%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해서 아몬드에도 5%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호두에서 21%가 관찰됐다고 해서 모든 호두 제품이 정확히 21% 낮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같은 견과류라도 품종과 가공 형태, 연구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견과류는 표시 칼로리보다 몇 % 적다.”
라는 하나의 보정값을 만드는 것은 현재 근거보다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여러 견과류 연구를 종합하면 어떤 모습일까요?
2023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견과류와 땅콩의 대사가능 에너지와 지방 생체접근성을 조사한 21개 연구를 종합했습니다.
포함된 견과류 가운데 대사가능 에너지 자료가 조사된 아몬드, 캐슈넛,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호두와 땅콩에서는 전반적으로 Atwater 방식의 예측값보다 낮은 대사가능 에너지가 보고됐습니다.
또 중요한 패턴이 하나 있었습니다.
견과류의 종류와 물리적인 형태, 가공 방식에 따라 대사가능 에너지와 지방 방출 정도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세포와 조직이 더 많이 파괴되는 방향의 가공에서는 지방이 소화 과정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 체계적 문헌고찰 역시 주의점을 강조합니다.
견과류 종류와 연구 방법이 서로 달랐고 모든 견과류에 동일한 방식의 연구가 충분히 축적된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하나의 ‘칼로리 할인율’로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연구 숫자를 볼 때 자금지원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 논문을 읽을 때는 결과만 보는 것보다 연구가 어떤 환경에서 진행됐는지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일부 아몬드 연구는 미국 농무부 연구기관과 Almond Board of California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캐슈넛 연구에도 관련 산업 단체와 미국 농무부 연구기관의 연구비가 포함됐습니다.
이 사실만으로 연구 결과가 틀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비의 출처와 연구 결과의 타당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 하나의 개별 연구에서 나온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연구 설계, 반복된 결과, 다른 견과류 연구와 체계적 문헌고찰까지 함께 살펴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까지의 근거를 종합하면 핵심은 특정한 퍼센트가 아니라 다음과 같습니다.
일부 견과류에서는 표준 계산법으로 예상한 값보다 대사가능 에너지가 낮게 측정됐으며, 그 차이는 견과류의 종류와 구조, 가공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양성분표의 칼로리는 틀린 숫자인가요?
아닙니다.
식품 라벨에는 서로 다른 식품을 일관된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는 표준화된 체계가 필요합니다.
모든 식품을 사람에게 직접 먹인 뒤 대변과 소변까지 수집해 에너지를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실제 이용 에너지는 같은 식품에서도
- 품종
- 조직 구조
- 가공 상태
- 입자 크기
- 조리 조건
- 씹는 방식
- 개인의 소화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표시 칼로리는 개인 한 명이 실제로 얻을 에너지를 소수점까지 예측하는 숫자라기보다, 식품의 에너지 가치를 일정한 기준에서 비교하도록 만든 실용적인 정보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견과류 연구는 칼로리 표시를 무시하라는 연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표준화된 숫자와 실제 생물학적 이용 과정은 완전히 같은 개념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견과류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온다는 뜻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부 세포가 온전하게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그럼 견과류는 대부분 소화되지 않는 음식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양의 지방과 단백질, 다른 영양성분이 소화되고 흡수됩니다.
씹는 과정에서 많은 조직이 파괴되고 위와 장에서도 소화가 계속됩니다.
다만 일부 세포벽이나 비교적 큰 조직 조각이 남으면 그 내부의 지방이 완전히 방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견과류를 포함한 통제 식단 연구에서는 대변으로 배출되는 지방이나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일부’입니다.
견과류가 소화되지 않는 음식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견과류를 갈면 영양가가 나빠질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아몬드를 갈아 버터로 만들면 세포 구조가 더 많이 파괴되기 때문에 일부 영양성분은 소화기관에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즉 생체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통아몬드는 건강하고 아몬드버터는 나쁘다.”
라는 순위로 바꾸면 연구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아몬드버터도 아몬드의 지방과 단백질, 다양한 미량영양소를 제공합니다.
시판 제품이라면 별도로 확인해야 할 것은 설탕이나 소금, 다른 지방 등 추가 재료의 여부입니다.
이번 연구가 알려주는 핵심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원재료라도 구조를 바꾸면 소화기관이 경험하는 음식의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는 점입니다.
대사가능 에너지와 ‘먹는 데 드는 칼로리’는 다릅니다
견과류의 대사가능 에너지와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식이유발성 열생성(thermic effect of food, TEF)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하고 흡수하고 운반하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합니다.
이것이 식이유발성 열생성입니다.
견과류에서 이야기하는 낮은 대사가능 에너지는 이 현상과 다릅니다.
대사가능 에너지에서는 섭취한 음식의 에너지에서 대변과 소변 등을 통해 손실되는 에너지를 고려합니다.
반면 식이유발성 열생성은 음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입니다.
따라서
흡수·이용되지 않고 손실된 에너지
와
소화·흡수·대사 과정에서 소비된 에너지
를 같은 것으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이 차이는 먹는 데도 칼로리가 든다고? 식이유발성 열생성의 원리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럼 견과류는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이 연구들을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견과류는 여전히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입니다.
대사가능 에너지가 계산값보다 다소 낮게 측정되는 견과류가 있다고 해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는 몸에서 이용됩니다.
또 연구에서 관찰된 차이는 견과류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달랐습니다.
통 생아몬드에서 나타난 값을 아몬드버터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견과류 칼로리는 잘 흡수되지 않으니 원하는 만큼 먹어도 된다.”
는 결론은 연구가 말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훨씬 더 정확한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음식의 실제 에너지 이용률은 영양성분표에 적힌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양뿐 아니라 음식의 물리적인 구조와 소화 가능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실제 이용하는 에너지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어느 정도 개인 차이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음식을 씹는 방식이 다르고 씹은 뒤 만들어지는 입자의 크기도 다를 수 있습니다.
소화기관의 조건 역시 모든 사람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나는 아몬드 칼로리의 73%만 이용한다.”
같은 개인별 숫자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에서 대사가능 에너지를 측정할 때는 음식 섭취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일정 기간 대변과 소변을 수집한 뒤 에너지와 영양성분을 분석합니다.
가정에서 체중계나 스마트워치로 알아낼 수 있는 값이 아닙니다.
실생활에서는 영양성분표의 칼로리를 식품과 섭취량을 비교하는 기본적인 기준으로 사용하되, 그 숫자가 모든 사람의 실제 대사 과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절대값은 아니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견과류 칼로리를 한 번에 정리하면
견과류에는 지방과 단백질, 탄수화물을 비롯한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들을 표준화된 방법으로 계산하면 식품의 표시 에너지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견과류를 실제로 먹으면
씹기
↓
일부 세포와 조직 파괴
↓
세포 내부 영양소 노출
↓
소화효소의 접근
↓
소화와 흡수
가 일어납니다.
동시에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일부 세포에서는 내부 지방의 방출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대변과 소변 등을 통해 손실되는 에너지까지 고려한 대사가능 에너지가 표준 계산값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는
- 견과류의 종류
- 통째인지 잘게 잘랐는지
- 구웠는지
- 버터처럼 곱게 갈았는지
- 섭취량
- 음식의 구조와 소화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시 칼로리 = 모든 사람이 실제로 이용하는 정확한 에너지”
라는 등식은 인간의 소화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표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몬드 28g은 실제로 129kcal인가요?
2012년 한 통제 급식시험에서는 아몬드 28g의 대사가능 에너지가 약 129kcal로 측정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몬드와 모든 가공 형태에 적용되는 고정값은 아닙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통아몬드와 구운 아몬드, 잘게 자른 아몬드, 아몬드버터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영양성분표의 칼로리가 틀렸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표시 칼로리는 식품의 에너지 가치를 표준화된 방법으로 비교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다만 실제 사람의 대사가능 에너지는 식품 구조와 소화율 등에 따라 계산값과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몬드는 표시 칼로리보다 항상 약 30% 적게 이용되나요?
그렇게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약 32%의 차이는 2012년 특정 연구 조건에서 관찰된 결과입니다. 가공 형태에 따른 후속 연구에서는 차이의 크기가 달랐습니다.
아몬드버터는 통아몬드보다 살이 더 찌나요?
대사가능 에너지가 더 높게 측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장기적인 체중 증가를 직접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체중 변화는 전체 섭취 에너지, 식단 구성, 신체활동과 여러 생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견과류를 덜 씹으면 칼로리를 덜 이용할 수 있나요?
씹은 뒤 입자 크기가 지방의 생체접근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부러 덜 씹는 것을 체중조절 방법으로 사용할 근거는 없습니다. 씹는 횟수만으로 실제 대사가능 에너지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구운 아몬드는 생아몬드와 결과가 다른가요?
2016년 연구에서는 통 구운 아몬드의 대사가능 에너지가 통 생아몬드보다 높게 측정됐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를 모든 견과류와 모든 로스팅 조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호두와 피스타치오, 캐슈넛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나요?
네. 사람 대상 통제 연구에서 세 견과류 모두 Atwater 방식의 예측값 또는 당시 일반적인 표시값보다 낮은 대사가능 에너지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차이의 크기는 서로 달랐습니다.
견과류의 대사가능 에너지가 낮다면 많이 먹어도 되나요?
아닙니다. 견과류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이용됩니다. 연구 결과를 견과류를 제한 없이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대사가능 에너지와 식이유발성 열생성은 같은 개념인가요?
아닙니다. 대사가능 에너지는 대변과 소변 등을 통한 에너지 손실을 고려한 개념이고, 식이유발성 열생성은 음식을 소화·흡수·대사하면서 몸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마무리
칼로리는 식품 포장지에 하나의 숫자로 표시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숫자를 음식 안에 들어 있는 고정된 에너지의 양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음식은 숫자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몬드의 지방 일부는 단단한 식물 세포 안에 들어 있습니다.
견과류를 먹으면 씹기와 소화 과정을 통해 많은 세포가 파괴되지만 모든 구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통제 급식시험에서는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캐슈넛 등 여러 견과류의 대사가능 에너지가 기존 계산법의 예측보다 낮게 측정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아몬드 안에서도 통째로 먹었을 때와 잘게 자르거나 버터로 만들었을 때 결과가 달랐습니다.
이 사실을
“칼로리는 의미가 없다.”
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칼로리라는 숫자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연구라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영양성분표는 음식의 에너지 가치를 비교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람이 이용하는 에너지는 음식의 물리적 구조와 가공 형태, 소화 과정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견과류 한 알은 지방 몇 g과 단백질 몇 g을 단순히 합친 물질이 아닙니다.
우리가 씹고, 부수고, 소화해야 비로소 내부의 영양소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식품 구조입니다.
숫자와 구조를 함께 보는 것.
그것이 견과류의 칼로리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참고자료
- Digestible and Metabolizable Energy Intake in Humans: a Systematic Review — Advances in Nutrition, 2026. PMID: 41655947
사람의 소화가능 에너지와 대사가능 에너지를 직접 평가한 23개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입니다. 견과류와 고식이섬유 식단에서 소화·대사 가능한 에너지의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정리하며, 음식의 양뿐 아니라 식단의 구성도 에너지 이용 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The Metabolizable Energy and Lipid Bioaccessibility of Tree Nuts and Peanuts: A Systematic Review with Narrative Synthesis of Human and In Vitro Studies — Advances in Nutrition, 2023. PMID: 36934832
견과류와 땅콩의 대사가능 에너지와 지방 생체접근성을 다룬 21개 사람·실험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조사된 여러 견과류에서 Atwater 예측보다 낮은 대사가능 에너지가 보고됐으며, 견과류 종류와 물리적 형태, 가공 방식도 중요한 변수임을 정리합니다. - Discrepancy between the Atwater factor predicted and empirically measured energy values of almonds in human diets —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2. PMID: 22760558
건강한 성인 18명의 음식과 대변·소변을 분석해 아몬드의 대사가능 에너지를 직접 측정한 통제 급식시험입니다. 연구에서는 아몬드 28g이 약 129kcal로 측정되어 당시 Atwater 방식의 약 168~170kcal보다 낮았습니다. - Food processing and structure impact the metabolizable energy of almonds — Food & Function, 2016. PMID: 27713968
건강한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통 생아몬드, 통 구운 아몬드, 잘게 자른 아몬드와 아몬드버터를 비교한 무작위 교차시험입니다. 같은 아몬드라도 물리적 구조와 가공 정도가 달라지면 대사가능 에너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직접 보여줍니다. - Effect of mastication on lipid bioaccessibility of almonds in a randomized human study and its implications for digestion kinetics, metabolizable energy, and postprandial lipemia —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5. PMID: 25527747
아몬드를 씹은 뒤 만들어지는 입자의 크기와 미세구조를 조사한 무작위 사람 연구입니다. 씹은 뒤에도 대부분의 아몬드 세포가 온전하게 남아 내부 지방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세포 구조가 지방 생체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기전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 Walnuts Consumed by Healthy Adults Provide Less Available Energy than Predicted by the Atwater Factors — Journal of Nutrition, 2016. PMID: 26581681
건강한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호두의 대사가능 에너지를 직접 측정한 무작위 교차 통제 급식시험입니다. 호두 28g당 약 146kcal가 측정되어 Atwater 계산값 약 185kcal보다 약 21% 낮았습니다. - Measured energy value of pistachios in the human diet —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12. PMID: 21733319
성인 16명이 참여한 통제 급식시험에서 피스타치오의 대사가능 에너지를 직접 측정했습니다. 측정된 에너지 밀도는 Atwater 일반계수를 이용한 기존 계산값보다 약 5% 낮았습니다. - Metabolizable Energy from Cashew Nuts is Less than that Predicted by Atwater Factors — Nutrients, 2018. PMID: 30586843
건강한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캐슈넛의 대사가능 에너지를 측정한 무작위 교차시험입니다. 캐슈넛 28g의 평균 대사가능 에너지는 약 137kcal로 측정되어 연구에서 비교한 당시 일반적인 표시값보다 약 16% 낮았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영양 및 식품과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체중 감량, 질환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한 의료·영양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견과류의 대사가능 에너지가 계산값보다 낮게 측정됐다는 연구 결과를 견과류를 제한 없이 섭취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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