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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는 자른 뒤 바로 익혀도 될까? 미로시나아제와 설포라판의 과학

읽는 시간 약 30분

브로콜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평범한 요리 과정처럼 보이지만 식물 조직 안에서는 그 순간부터 이전과 다른 화학적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칼날이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면 평소에는 서로 접촉이 제한되어 있던 성분들이 만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브로콜리에서 특히 흥미로운 조합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루코라파닌(glucoraphanin)이고, 다른 하나는 미로시나아제(myrosinase)라는 식물 효소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반응은 우리가 흔히 들어본 설포라판(sulforaphane)과 연결됩니다.

흔히 브로콜리를 두고

“설포라판이 풍부한 음식”

이라고 표현합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식품과학적으로는 한 단계 더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전한 브로콜리 조직에서는 설포라판 자체보다 그 전구물질인 글루코라파닌이 중요합니다. 브로콜리를 자르거나 으깨고 씹으면서 조직이 손상되면 미로시나아제가 글루코라파닌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고, 이후 여러 화학 반응을 거쳐 설포라판을 포함한 생성물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즉,

브로콜리를 자르는 행동은 단순히 크기를 줄이는 과정만은 아닙니다.

식물 조직 안에서 실제로 어떤 화합물이 만들어질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브로콜리를 자른 직후 바로 익히는 것과, 자른 뒤 조금 두었다 익히는 것은 정말 다를까요?

그리고 열을 가하면 설포라판은 모두 사라지는 걸까요?

브로콜리는 설포라판을 ‘완성품’으로만 저장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먼저 글루코라파닌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글루코라파닌은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라는 식물 성분군에 속합니다.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여러 종류의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존재하며, 글루코라파닌은 설포라판과 연결되는 중요한 전구물질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미로시나아제입니다.

미로시나아제는 글루코시놀레이트를 가수분해하는 식물 효소입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쓰면

글루코라파닌 → 미로시나아제에 의한 가수분해 → 설포라판을 포함한 여러 생성물

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과정은 단순히 글루코라파닌 하나가 설포라판 하나로 곧바로 바뀌는 반응은 아닙니다.

미로시나아제가 글루코라파닌을 가수분해하면 불안정한 중간체가 만들어지고, 이 중간체가 어떤 방향으로 재배열되는지는 주변 조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브로콜리에 글루코라파닌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

“실제로 설포라판이 얼마나 만들어지고 우리 몸에서 이용되는가”

는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브로콜리를 자르거나 씹는 것이 중요한 이유

온전한 식물 조직에서는 글루코시놀레이트와 미로시나아제가 무작정 섞여 반응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칼로 자르거나 잘게 다지고 씹으면 세포와 조직 구조가 손상됩니다.

그 결과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가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가수분해 반응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음식의 물리적인 구조가 중요해집니다.

같은 브로콜리라도 온전한 송이, 굵게 자른 상태, 잘게 다진 상태에서는 조직이 손상되는 정도와 성분들이 서로 접촉하는 조건이 같지 않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이전에 살펴본 **같은 영양성분이라도 음식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 몸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와도 연결됩니다.

음식에서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만큼 그 성분이 어떤 구조 속에 존재하며 서로 만날 수 있는 상태인지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씹는 순간에는 식물과 사람 양쪽에서 서로 다른 변화가 일어납니다

브로콜리를 씹는 순간 식물 조직에서는 세포가 손상되면서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가 만날 기회가 증가합니다.

동시에 사람의 몸에서도 음식의 향과 맛, 씹는 자극이 신경계에 전달됩니다.

즉, 같은 ‘씹기’라는 행동을 두고 한쪽에서는 식품 조직의 효소 반응이 진행될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의 소화 준비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두 번째 과정은 **음식 냄새와 맛, 씹는 자극이 몸의 소화 준비에 관여하는 두부기 반응**과 연결됩니다.

다만 두 현상을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브로콜리의 미로시나아제는 식물 안에서 일어나는 효소 반응이고, 두부기 반응은 사람의 뇌·자율신경계와 소화기관 사이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준비 반응입니다.

한 끼를 먹는 동안 서로 다른 층위의 변화가 동시에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글루코라파닌이 분해되면 항상 설포라판만 만들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브로콜리에는 ESP(epithiospecifier protein)라는 단백질도 존재합니다.

ESP는 미로시나아제와 동일한 효소는 아니지만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분해된 뒤 어떤 생성물이 만들어지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정 조건에서 ESP 활성이 유지되면 글루코라파닌에서 설포라판보다 설포라판 나이트릴(sulforaphane nitrile) 쪽의 생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연구에서는 브로콜리를 서로 다른 온도로 열처리한 뒤 이러한 반응을 분석했습니다.

약 60℃ 조건에서는 ESP 활성이 감소하면서 설포라판 형성이 증가하는 결과가 관찰된 반면, 더 높은 온도에서는 미로시나아제 활성까지 크게 감소하면서 설포라판 형성도 줄었습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브로콜리는 반드시 60℃로 조리해야 한다.”

는 뜻이 아닙니다.

이 결과는 특정 실험 조건에서 온도에 따라 ESP와 미로시나아제의 열 민감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찜기, 냄비, 전자레인지, 프라이팬에서는 브로콜리 안팎의 온도와 가열 속도, 수분량, 조리 시간이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연구에서 사용한 60℃라는 숫자를 가정 조리의 절대적인 최적 온도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미로시나아제도 열에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미로시나아제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효소입니다.

다른 많은 효소처럼 충분한 열을 받으면 구조와 활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로콜리를 강하게 또는 오래 가열해 식물 자체의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크게 감소하면, 브로콜리 안에 글루코라파닌이 남아 있더라도 식물 미로시나아제를 이용한 설포라판 형성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반드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미로시나아제가 비활성화됐다

글루코라파닌이 모두 사라졌다

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효소와 효소의 작용을 받는 전구물질은 서로 다른 성분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조리 정도에 따라 식물 미로시나아제의 활성과 이후 설포라판 관련 대사산물의 생성이 달라지는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조리 시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열처리 정도가 식물 효소의 활성을 바꿀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브로콜리를 자른 뒤 기다렸다 볶은 실험이 있습니다

이 주제가 널리 알려진 데에는 2018년에 발표된 흥미로운 식품화학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브로콜리를 잘게 자른 뒤 바로 볶은 조건과, 먼저 글루코시놀레이트 가수분해가 진행될 시간을 준 뒤 볶은 조건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에서 사용된 대기 시간은 90분이었습니다.

그 결과 바로 볶은 브로콜리와 비교했을 때 90분 동안 반응 시간을 준 뒤 볶은 브로콜리에서는 설포라판 농도가 약 2.8배, 전체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농도가 약 2.6배 높게 측정됐습니다.

또 볶는 과정에서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비교적 빠르게 감소하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브로콜리를 자른 뒤 가수분해 시간을 주고 볶은 식품화학 연구

이 결과만 보면 브로콜리를 자르고 기다렸다 조리하는 방법이 꽤 명확한 규칙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실험 결과와 생활 지침을 구분해야 합니다.

‘브로콜리는 반드시 90분 기다려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앞의 연구에서 사용한 90분은 연구자가 설정한 실험 조건입니다.

90분이 인간에게 가장 좋은 대기 시간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임상시험이 아닙니다.

또 30분이나 40분, 60분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실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리한 브로콜리를 장기간 먹었을 때 건강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아닙니다.

브로콜리를 잘게 자르고 일정 시간 둔 뒤 볶았을 때 식품 자체의 설포라판과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함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한 식품화학 연구입니다.

따라서 연구가 직접 보여주는 결론은 다음 정도입니다.

브로콜리 조직을 먼저 손상시킨 뒤 미로시나아제 반응이 일어날 시간을 주면, 특정 볶음 조건에서 조리 후 측정되는 설포라판과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의 양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무조건 90분 기다려야 한다.”

“90분 기다리면 건강 효과가 2.8배 커진다.”

처럼 바꾸면 연구 결과를 넘어선 해석이 됩니다.

실제 사람이 먹었을 때도 조리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음식 속에서 설포라판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와 실제 사람이 먹었을 때 얼마나 이용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람 대상 연구가 중요합니다.

2008년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남성 8명이 잘게 부순 생 브로콜리 200g 또는 익힌 브로콜리 200g을 섭취했습니다.

연구에서 계산된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은 생 브로콜리 조건에서 약 37%, 익힌 브로콜리에서는 약 3.4%였습니다.

또 생 브로콜리 조건에서 설포라판 관련 물질이 체내에서 더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생 브로콜리와 익힌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생체이용률 비교 연구

2000년에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차시험에서도 신선한 브로콜리와 찐 브로콜리를 비교했을 때 신선한 브로콜리에서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이용률이 더 높았습니다.

다른 사람 연구에서도 비교적 짧게 조리하여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더 많이 유지된 조건에서 설포라판 관련 대사산물의 생성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활성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설포라판 형성과 생체이용률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방향을 뒷받침합니다.

그렇다면 생 브로콜리가 무조건 더 좋은 음식일까요?

그렇게 결론 내리면 또 다른 단순화가 됩니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들이 주로 측정한 것은

설포라판이 얼마나 형성됐는지,

혈액이나 소변에서 관련 대사산물이 얼마나 나타났는지,

생체이용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입니다.

브로콜리라는 음식 전체의 건강 효과를 하나의 숫자로 비교한 연구가 아닙니다.

따라서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높았다.”

“그 조리법으로 먹은 사람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하다.”

는 서로 다른 주장입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연구에서 생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이용률이 익힌 브로콜리보다 높았다고 해서

“생 브로콜리가 몇 배 더 건강하다.”

고 바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것은 브로콜리 전체의 우열이 아니라 글루코라파닌–미로시나아제–설포라판이라는 특정 경로가 조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입니다.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줄어도 글루코라파닌이 모두 버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장내 미생물이 등장합니다.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열로 비활성화됐다고 해서 남아 있는 글루코라파닌이 모두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장내 미생물 가운데 일부는 글루코시놀레이트의 전환에 관여하는 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리된 브로콜리에서 남아 있는 글루코라파닌 일부가 장내 미생물의 작용을 거쳐 설포라판이나 관련 물질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로가 식물 자체의 활성 미로시나아제와 똑같은 효율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연구에서는 글루코라파닌을 주로 제공했을 때보다 미로시나아제를 통해 이미 설포라판으로 전환된 형태를 제공했을 때 생체이용률이 더 높았고, 글루코라파닌에서의 전환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또 활성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존재하는 브로콜리 준비물에서는 그렇지 않은 준비물보다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높게 나타난 연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익힌 브로콜리에서는 설포라판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

라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냉동 브로콜리는 어떨까요?

냉동 브로콜리는 특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흔히

“냉동하면 미로시나아제가 파괴된다.”

고 설명하지만 냉동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상업용 냉동 채소는 냉동 전에 효소 활성을 낮추고 품질 변화를 줄이기 위해 블랜칭(blanching)이라는 짧은 열처리를 거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12년 사람 연구에서는 연구에 사용된 상업용 냉동 브로콜리 제조 과정에서의 블랜칭으로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크게 감소했고, 해당 냉동 브로콜리로 만든 음식의 설포라판 생체이용률도 신선한 브로콜리를 이용한 조건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더 정확한 설명은

“일부 상업용 냉동 브로콜리는 냉동 전 블랜칭 과정 때문에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입니다.

모든 냉동 브로콜리가 동일한 공정과 동일한 미로시나아제 활성을 갖는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익힌 브로콜리에 다른 식물의 미로시나아제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미로시나아제는 브로콜리에만 존재하는 효소가 아닙니다.

겨자씨를 비롯한 다른 십자화과 식물에도 존재합니다.

2018년에는 이 점을 사람에게 직접 시험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건강한 성인 12명이 익힌 브로콜리 200g을 먹었고, 한 조건에서는 갈색 겨자씨 분말 1g을 함께 섭취했습니다.

이후 소변에서 설포라판 대사산물을 측정했을 때 겨자씨 분말을 함께 섭취한 조건에서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익힌 브로콜리만 먹은 조건보다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익힌 브로콜리와 겨자씨 분말을 함께 섭취한 사람 연구

이 결과는 익힌 브로콜리에 글루코라파닌이 남아 있을 때 다른 식품에서 공급된 활성 미로시나아제가 전환을 도울 수 있다는 원리를 사람 연구에서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겨자씨 분말 1g이 ‘정답’은 아닙니다

이 연구도 그대로 식생활 공식으로 바꿔서는 안 됩니다.

연구에서 사용한

익힌 브로콜리 200g + 갈색 겨자씨 분말 1g

은 실험을 표준화하기 위해 설정한 조건입니다.

따라서

“브로콜리에는 반드시 겨자씨 분말을 정확히 1g 넣어야 한다.”

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겨자씨 분말을 더 많이 넣을수록 설포라판이 계속 비례해 증가한다는 결과도 아닙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해당 실험 조건에서 외부 식품으로 활성 미로시나아제를 제공했을 때 익힌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이용률이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에 사용된 정확한 양과 일상적인 권장량은 구분해야 합니다.

미로시나아제는 사람의 소화효소와 다른 효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효소’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로시나아제는 식물이 가지고 있는 효소입니다.

사람의 췌장에서 만들어져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의 소화에 관여하는 소화효소와는 기능과 조절 방식이 다릅니다.

특히 췌장의 여러 단백질분해효소는 췌장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불활성 전구체인 자이모겐 형태로 만들어진 뒤 적절한 장소에서 활성화됩니다.

이 과정은 **단백질을 자르는 효소가 췌장을 소화하지 않는 이유와 소화효소가 활성화되는 순서**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같은 ‘효소’라는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식물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효소와 사람의 소화기관에서 작용하는 효소는 전혀 다른 생물학적 시스템에 속합니다.

‘설포라판이 더 많다’와 ‘질병이 예방된다’는 같은 결론이 아닙니다

이 부분은 이번 주제를 해석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연구에서는 주로

브로콜리 속 설포라판이 얼마나 형성됐는지,

혈액이나 소변에서 관련 대사산물이 얼마나 검출됐는지,

미로시나아제가 있을 때 생체이용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조리와 식물 효소가 설포라판에 대한 체내 노출량을 바꿀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포라판이 두 배 증가했으니 질병 예방 효과도 두 배 증가한다.”

와 같은 계산은 할 수 없습니다.

식품 속 화합물의 농도, 생체이용률, 특정 생체표지자의 변화,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은 각각 다른 연구 단계입니다.

설포라판은 세포의 스트레스 대응과 관련된 Nrf2 경로 등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특정 브로콜리 조리법이 암이나 다른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결론 내릴 근거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식품화학적으로 흥미로운 변화가 곧 임상적 치료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브로콜리를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요?

이번 글의 목적은 하나의 완벽한 브로콜리 조리법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확인되는 원리와 한계를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브로콜리 조직을 자르거나 씹으면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가 접촉할 기회가 증가합니다.

식물 미로시나아제의 활성이 유지되어 있다면 설포라판 형성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히 강하거나 긴 열처리는 미로시나아제 활성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자른 뒤 조리 전에 반응 시간을 준 식품화학 연구에서는 설포라판과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함량이 더 높았지만 모든 사람이 정확히 몇 분 기다려야 한다는 보편적인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조리로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감소했다고 해서 글루코라파닌 자체가 모두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장내 미생물이 일부 전환에 관여할 수 있고, 다른 십자화과 식품에서 공급된 활성 미로시나아제가 전환을 도울 가능성도 사람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들을 가장 현실적으로 해석하면

“브로콜리는 반드시 한 가지 방식으로 먹어야 한다.”

가 아니라

“자르기와 씹기, 가열, 식품 조합 같은 조리 과정이 브로콜리 속 전구물질과 효소의 반응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설포라판의 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 핵심입니다.

브로콜리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한 번에 정리하면

브로콜리를 자르거나 씹은 뒤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의 접촉이 증가하고 가수분해를 거쳐 설포라판이 형성될 수 있는 과정과 열처리, 겨자씨, 냉동 브로콜리의 영향을 설명한 인포그래픽

온전한 브로콜리 조직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의 접촉이 제한됨

자르기·다지기·씹기

세포와 조직 구조 손상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의 접촉 증가

미로시나아제가 글루코라파닌을 가수분해

불안정한 중간체 형성

주변 조건과 ESP 등의 영향에 따라 생성물의 방향이 달라짐

설포라판을 포함한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가 형성될 수 있음

강하거나 긴 열처리에서는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감소할 수 있음

남아 있는 글루코라파닌 일부는 장내 미생물이나 외부 식품의 미로시나아제를 통해 전환될 가능성이 있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그럴 수 있다’와 ‘항상 그렇다’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브로콜리에는 설포라판이 처음부터 들어 있나요?

브로콜리에서 설포라판 자체만 보는 것보다는 전구물질인 글루코라파닌과 식물 효소 미로시나아제의 관계를 함께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조직이 잘리거나 씹히면서 둘이 접촉할 기회가 증가하고, 이후 설포라판을 포함한 여러 생성물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브로콜리는 자른 뒤 반드시 기다려야 하나요?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2018년 실험에서는 잘게 자른 브로콜리를 90분 동안 두었다 볶은 조건에서 바로 볶은 경우보다 설포라판과 전체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함량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최적 대기 시간을 정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이 아니라 식품화학 실험입니다.

90분을 기다려야 효과가 생기나요?

그런 결론은 없습니다. 90분은 해당 연구에서 사용한 실험 조건입니다. 이 연구만으로 30분이나 40분, 60분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브로콜리를 60℃로 익히면 가장 좋은가요?

그렇게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특정 연구에서는 약 60℃의 열처리로 ESP 활성이 감소하면서 설포라판 형성이 증가했지만, 이는 정해진 실험 조건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가정 조리의 절대적인 최적 온도를 정한 연구가 아닙니다.

생 브로콜리가 익힌 브로콜리보다 무조건 더 건강한가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 연구에서 생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익힌 브로콜리보다 높게 나타난 경우가 있지만, 이는 설포라판이라는 특정 화합물을 중심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브로콜리 전체의 장기적인 건강 효과가 몇 배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익힌 브로콜리에서는 설포라판을 전혀 이용할 수 없나요?

아닙니다. 가열로 식물 미로시나아제의 활성이 감소할 수 있지만 글루코라파닌 자체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내 미생물이 일부 전환에 관여할 수 있고, 다른 식품의 활성 미로시나아제가 전환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냉동 브로콜리에는 미로시나아제가 없나요?

모든 냉동 브로콜리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일부 상업용 냉동 제품은 냉동 전 블랜칭 과정에서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정도는 제품의 제조 공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익힌 브로콜리에 겨자씨를 함께 먹으면 의미가 있나요?

건강한 성인 1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익힌 브로콜리 200g에 갈색 겨자씨 분말 1g을 함께 섭취했을 때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익힌 브로콜리만 먹은 조건보다 4배 이상 높았습니다. 다만 연구에 사용된 1g을 모든 사람의 권장량이나 필수 조리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설포라판이 많이 만들어지면 질병 예방 효과도 커지나요?

그렇게 직접 연결할 수 없습니다. 식품 속 설포라판 농도나 생체이용률을 측정한 연구와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을 장기간 조사하는 임상 연구는 서로 다른 수준의 근거입니다. 특정 브로콜리 조리법을 질병 예방이나 치료 방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마무리

브로콜리는 우리가 먹기 전에 모든 화학적 변화가 끝난 음식이 아닙니다.

자르고,

다지고,

씹고,

가열하고,

다른 식품과 함께 먹는 과정에서

브로콜리 안에서 실제로 만들어지고 이용될 수 있는 화합물의 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전한 브로콜리 조직에서는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의 접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자르거나 씹으면 둘이 만날 기회가 증가하고, 미로시나아제의 가수분해를 시작으로 설포라판을 포함한 여러 생성물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열은 미로시나아제 활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브로콜리를 먼저 잘게 자르고 반응 시간을 준 뒤 볶은 식품화학 실험에서는 바로 볶은 조건보다 더 많은 설포라판이 측정됐습니다.

사람 연구에서도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더 많이 유지되거나 외부의 활성 미로시나아제가 함께 존재한 조건에서 설포라판의 생체이용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그렇다고 결론이

“브로콜리는 무조건 생으로 먹어야 한다.”

거나

“반드시 자르고 90분 기다려야 한다.”

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주제에서 더 중요한 결론은 따로 있습니다.

음식의 영양적 특성은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가’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성분이 어떤 전구물질로 존재하는지, 효소 활성이 얼마나 유지되어 있는지, 식품 조직이 언제 손상됐는지, 어떤 열처리와 식품 조합을 거쳤는지에 따라 우리가 실제로 접하게 되는 화합물의 형태와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마 위에서 브로콜리를 한 번 자르는 평범한 행동도 분자 수준에서는 새로운 반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일상적인 요리 속에 식품과학이 숨어 있는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1. Heating decreases epithiospecifier protein activity and increases sulforaphane formation in broccoliPhytochemistry, 2004. PMID: 15184012
    브로콜리의 열처리 온도에 따라 ESP와 미로시나아제 관련 반응이 달라지고 설포라판과 설포라판 나이트릴 형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한 연구입니다. 특정 온도를 가정 조리의 절대적인 최적값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2. Hydrolysis before Stir-Frying Increases the Isothiocyanate Content of Broccoli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18. PMID: 29357241
    브로콜리를 잘게 자른 뒤 90분 동안 가수분해 시간을 주고 볶은 조건과 바로 볶은 조건을 비교한 식품화학 연구입니다. 해당 조건에서 설포라판과 전체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농도가 각각 약 2.8배와 2.6배 높았습니다.
  3. Bioavailability and kinetics of sulforaphane in humans after consumption of cooked versus raw broccoli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08. PMID: 18950181
    남성 8명이 생 브로콜리와 익힌 브로콜리를 섭취한 무작위 교차시험으로 설포라판의 생체이용률과 체내 동태를 비교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생 브로콜리 조건에서 더 높은 생체이용률이 관찰됐습니다.
  4. Disposition of Glucosinolates and Sulforaphane in Humans After Ingestion of Steamed and Fresh BroccoliNutrition and Cancer, 2000. PMID: 11525594
    남성 12명이 신선한 브로콜리와 찐 브로콜리를 섭취한 교차시험입니다. 신선한 브로콜리에서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관련 이용률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5. Effect of meal composition and cooking duration on the fate of sulforaphane following consumption of broccoli by healthy human subjects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07. PMID: 17349076
    건강한 참가자에게 조리 정도가 다른 브로콜리를 제공하고 설포라판 관련 대사산물을 조사한 사람 연구입니다. 해당 실험 조건에서는 비교적 짧게 조리한 브로콜리에서 체내 설포라판 생성량이 더 높았습니다.
  6. Sulforaphane Bioavailability from Glucoraphanin-Rich Broccoli: Control by Active Endogenous MyrosinasePLOS ONE, 2015. PMID: 26524341
    활성 식물 미로시나아제가 존재하는 브로콜리 준비물과 그렇지 않은 준비물의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을 비교한 사람 연구 자료입니다. 활성 미로시나아제가 존재할 때 이용률이 더 높은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7. Supplementation of the Diet by Exogenous Myrosinase via Mustard Seeds to Increase the Bioavailability of Sulforaphane in Healthy Human Subjects after the Consumption of Cooked Broccoli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2018. PMID: 29806738
    건강한 성인 12명이 익힌 브로콜리를 단독 또는 갈색 겨자씨 분말과 함께 섭취한 교차시험입니다. 겨자씨 분말을 함께 섭취한 조건에서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4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8. Isothiocyanate concentrations and interconversion of sulforaphane to erucin in human subjects after consumption of commercial frozen broccoli compared to fresh broccoli — 2012. PMID: 23109475
    상업용 냉동 브로콜리와 신선한 브로콜리를 비교한 사람 연구입니다. 연구에 사용된 냉동 브로콜리에서는 제조 과정의 블랜칭으로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크게 감소한 것이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9. Bioavailability of Sulforaphane from Two Broccoli Sprout Beverages: Results of a Short-Term, Cross-Over Clinical Trial in Qidong, ChinaCancer Prevention Research, 2011. PMID: 21372038
    건강한 성인 50명에게 글루코라파닌이 풍부한 음료와 설포라판이 풍부한 음료를 제공한 교차시험입니다. 글루코라파닌에서 설포라판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효율과 개인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 연구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영양 및 식품과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질환의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브로콜리, 설포라판 또는 특정 조리 방법만으로 암이나 기타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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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venvital(프로바이탈)은 PubMed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학·영양학 연구를 바탕으로 식생활과 대사 건강 정보를 검토합니다. 사람 대상 연구를 중심으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살펴보며, 연구 결과의 한계와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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